누룽지밥의 14박 15일 태국-캄보디아 여행기 (2)
예능을 써도 다큐가 되는
노잼 누룽지밥의 태국 - 캄보디아 여행기
1. 총 기간 : 14박 15일 (2015/1/25-2/8)
2. 총 경비 : 1,620,761 원 / 1인
3. 총 인원 : 누룽지밥 외 7인
4. 전체 경로 : 인천 - 방콕 - 메솟 - 치앙마이 - 방콕 - 씨엠립 - 방콕 - 인천
<태국 여행 그 두 번째 날 (1) : 방콕에서 아침산책을>
나는 알람을 열 개를 맞춰놓아도 모두 끄고 다시 잘 정도로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평소에는 참 인자한 우리 어머니가 나를 깨울 때면 인격이 다소 변할 정도로....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태국에 있는 동안은 자명종 없이도 단 한 번도 늦잠을 잔 적이 없다. 오히려 과하게 일찍 일어났을 정도.
태국에 온 두 번째 날, 추위를 느끼며 눈을 떠보니 오전 여섯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냉냉한 에어컨 바람과, 바퀴벌레를 향한 내 무의식 속 두려움과, 여행의 설렘 때문에 일찍 깬걸까? 숙소의 작은 창을 통해 희끄무레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고작 세 시간을 잤는데도 정신이 말짱해 결국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덩달아 일찍 깬 R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
히피스러운 여행자들과 잡상인들로 붐볐던 카오산 로드가 텅 비어있었다. 일찍 가게에 나온 사람들 몇몇과 건실한 얼굴의 미화원들이 꼼꼼하게 비질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살수차가 시원스럽게 지난밤의 오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길 한 쪽에 숙취와 피곤에 찌든 얼굴로 쭈그려 앉은 여행자 몇을 보며, 어젯밤 이 거리에서 어떤 파티가 열렸는지 짐작해 볼 따름이었다.
공기 중에 은근하게 떠도는 악취와 지린내를 피해 R과 함께 지도 없이 무작정 카오산 로드를 나왔다. 왕궁이 이 근처 어디쯤 있다고 어렴풋이 기억해내곤, 뚝뚝 기사들에게 길을 물어 있을법한 곳을 향해 걸어가 보기로 했다.
카오산 로드 바깥의 공기가 상쾌했다. 피부에 닿는 햇볕은 기분 좋게 따뜻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닌 터라, 차도 사람도 붐비지 않을 때였다.
이때가 바로, 내가 태국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는 워낙 바빴던 터라 어떤 풍경도 눈에 담지 못했고, 간밤의 카오산 로드는 태국이라기보다 여행자들의 근거지니까. 이른 아침에 만난 태국은 아주 신선하고, 싱그럽게 다가왔다. 사실 평소 태국을 더럽고 먼지 많고 덥다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아주 의외였고, 그래서 더 호감으로 느껴졌다.
<왕궁까지 걷는 길에 이건 뭘까? 하고 지나쳤던 왕궁 앞 광장(싸남루앙). 태국인은 없는데, 서양인들이 아주 멋스럽게 조깅하고 있었다.>
< 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 나는 종교가 없고, 종교를 가지려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했던 지라 신을 신실하게 믿는 사람이 존경스럽고 신기하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다는 건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는 걸까? 조용히 손을 모으고 기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태국인들의 삶을 슬쩍 엿본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은밀해진다. 온 국민이 다같이 한 신을 믿는 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신비롭다.>
우리의 길고 긴 아침 산책은 왕궁 뒤쪽의 작은 선착장인 Tha Chang에 도착해서야 끝났다. 어느새 제법 거리에 활기가 돌고 있었고, 부지런히 숙소를 나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꽤 허기가 져 뚝뚝을 잡아타고 카오산 로드 쪽으로 돌아왔다.
TIP
카오산 로드에서 왕궁 근처까지 여유롭게 걸었을 시, 도보로 약 40여분.
왕궁 - 카오산 로드 : 뚝뚝 50밧
(적정 가격인지는 모르겠음)
TIP
믿음직한 K씨가 알려준 뚝뚝과 흥정하는 법!
1) 첫번째 뚝뚝기사와 흥정하며 깎을 수 있는 데까지 깎아본다.
2) 두 번째 뚝뚝 기사에게로 가서 첫번째 기사님과 흥정했던 가격부터 시작한다.
그 가격에서 더 내려가지 않는다면 흥정할 수 있는 최저선이라고 생각하고 탑승!
<람부뜨리의 노천카페에서 먹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아이스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태국 여행 중 손에 꼽을만한 최고의 순간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각하고 시킨 커피를 한입 쪽, 빨았을 때의 그 시원달달달달달달함이라니!
조용한 아침공기를 즐기며 노천카페에 앉아 지친 다리를 쭉 뻗고 쉬면서, 바삭한 토스트 위에 몽글거리는 스크램블 에그를 얹어 한입 가득 물고, 마무리는 달콤한 아이스 커피로! 아...올 해 맞이한 아침 중 최고였다. 아....아....태국으로 돌아갈래.>
TIP
오전 9시쯤에 카오산로드에서 마땅히 식사할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람부뜨리로 넘어와 노천카페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 커피 : 80밧
(아이스 커피 5밧 추가)
R과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끝낼 때쯤 이제 막 잠에서 깬 K씨, D씨, W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떻게 단 둘이서 아침을 먹을 수 있냐며, 배신자 소리를 꽤 들은 것 같다. 태국으로 온 여덟 명의 집합장소인 메솟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한국인 여행자의 성지순례 장소인 나이쏘이에서 두 번째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태국에 오기 전에 온갖 맛집을 찾아보면서 가장 많이 본 음식점이라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사실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다. 결코 맛없는 건 아닌데, 굳이 이걸 먹으러 찾아와야 하나? 하는 맛.
묘사해보자면.... 소고기무국에 당면 말은 맛이었다. 다음번에는 차라리 팟타이를 한 그릇 더 먹는 걸로.
TIP
나이쏘이 갈비국수 : 60밧
성인남성의 경우 곱빼기 필수라고 생각됨
오늘의 다큐 한 줄 요약 : 방콕 아침 산책 매우 강추!
/fin.
+) 점점 R씨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있다. 들키면 혼날 것 같다. K씨,D씨,W씨의 사진도 올리고 싶은데 올리면 혼나겠지? 1시간 넘게 열심히 썼는데 왜 고작 이틀차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의 일밖에 쓰지 못한 걸까...?오늘의 일기 끝.